짜릿한 매력, B급 문화

B급 코드 콘텐츠 세련되지는 않지만 빠져든다

유치하고 황당...'이게 뭐야?'

퀄리티가 높지 않고 유치하다 못해 황당하기까지 하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B급 코드' 콘텐츠 얘기다. '병맛' 유머와 언어유희로 가득한 B급 콘텐츠는 얼핏 보면 ‘저게 뭐냐’ 싶기도 하다. ‘질은 떨어지지만 저렴하게 만든 영화를 ‘B급’으로 분류한 것에서 기원한 B급 문화, 지금 우리가 이 B급 감성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B급 문화와 우리 사회

교양 있고 ‘올바른’ 주류 문화에서 벗어난 ‘B급 문화’는 극소수 마이너의 취향을 저격하던 저급한 키치(kitsch) 문화라는 인식에서 벗어난 지금, B급 코드는 대한민국의 대중문화를 강타하고 있다. 드라마, 예능부터 광고, 심지어는 교육방송까지 사로잡은 B급의 매력 속에는 현재의 우리 사회가 담겨 있다.

“불황기에 미니스커트가 유행하듯 ‘B급 문화’에 대한 주목은 경기 사이클과 맞물려 돌아오는 경향이 있다”

'어차피 힘드니 웃고 넘기자'...불황사회 파고든 B급코드

B급 문화 열풍에 대해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불황기에 미니스커트가 유행하듯 ‘B급 문화’에 대한 주목은 경기 사이클과 맞물려 돌아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불경기로 대중들이 ‘A급’ 고급 문화에 괴리감을 느끼고 냉소적인 문화가 부상하면서 ‘어차피 힘든 현실을 웃고 넘기자’는 식으로 재미를 추구하는 ‘B급’에서 대리만족을 얻는다는 것이다. 최근 인기를 끄는 B급 문화를 ‘돌아온 돌직구’라고 정의한 김 교수는 “우리가 현실에서 절대 할 수 없는 말들을 돌직구로 날리는 ‘펭수’의 인기가 대표적”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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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B급광고 검색해서 보고 팬미팅까지 요청한다

한 번의 재생만으로도 강력한 각인 효과를 남길 수 있는 ‘B급 광고’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에 노출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2030세대의 눈길을 끌 수 있는 독특한 광고가 등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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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참치

동원 F&B의 ‘동원참치’ 광고는 유튜브 공개 2주 만에 300만 조회 수를 돌파했다. 10월 현재 기준으로는 1,400만을 넘어섰다. 참치를 활용해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는 이 광고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화면에 ‘이건 맛의 대참치’라는 대형 카피를 띄웠다. 여기에 다소 촌스러운 듯한 배경음악이 반복되면서 시청자들을 묘하게 사로잡는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광고를 검색해 보는 것은 처음이라는 반응에서부터 동원참치 콘서트나 팬미팅을 기획해달라는 요청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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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팝

헤어케어 브랜드 ‘프레시팝’의 여름 한정판 ‘블루모히또’를 소개하는 영상도 히트작으로 꼽힌다. 제작을 맡은 제일기획은 모델 이소라의 과거 다이어트 비디오를 현대식으로 변형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하는 복고 콘셉트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여기에 ‘데스 메탈(과거 유행하던 헤비메탈의 한 장르)’ 음악을 입히고 ‘두피를 때려박는 청량감’과 같은 강력한 가사, 모델 이소라의 눈에서 레이저가 발사되는 등의 파격적인 영상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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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생명

보수적 이미지가 강했던 금융권도 ‘병맛’을 자처하며 이색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신한생명이 유튜버 장삐쭈와 함께 내놓은 ‘병맛 더빙’ 광고가 대성공을 거둔 것이 신호탄이었다. 최근 삼성자산운용은 가수 남진이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 ‘남지니’로 분해 부자 되는 비법을 알려준다는 설정의 광고로 공개 10일 만에 조회 수 500만회를 넘겼다.

'가글가글 상쾌해 시바'...욕같은 말장난에 아빠는 당황했다 

B급 문화가 인터넷을 넘어 매스미디어·공공 부문에서도 폭넓게 사용되는 등 ‘그들만의’ 마이너 문화에서 메이저 문화의 위치까지 넘보고 있다.
다만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을 희화화하고 풍자하거나 사회에서 터부시됐던 부분을 건드리다 보니 누구나 웃을 수 있게 한다는 B급 문화가 사회적인 논란을 촉발하거나 세대간·세대내 갈등을 일으킨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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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같은 말장난에 아빠는 당황했다 

모 대기업의 부장 A씨는 “지난해 딸이 시바견 캐릭터가 있는 치약 가글을 주문하자고 해서 봤더니 ‘가글가글 상쾌해 시바’라고 돼 있었다”며 “시바견으로 욕 같은 말장난을 친 것인데 사자니 애 교육에 안 좋을 듯하고 안 사자니 딸한테 ‘꼰대’ 소리를 들을 것 같아 망설였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아무렇게나 표현하던 것을  주류 플랫폼에서 똑같이 해도 된다고 강변해서는 사회적 논란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주류 문화로 올라온 이상 조심할 줄 아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

B급, 짜릿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