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one ; ① 수컷 벌
②윙윙거리다
레저용·촬영용 등으로 우리 일상에 널리 퍼진 드론(drone)은 사실 100여년 전부터 군사용으로 개발된 무인 조종체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1, 2차 세계대전 당시 연구가 시작된 후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군사용 무인 차량(UGV·Unmanned Ground Vehicle), 무인 비행체(UAV·Unmanned Aerial Vehicle)에 한해 개발돼왔다.
기술 발달로 점차 소형화한 드론은 다양한 센서·카메라 기능이 탑재되면서 이제는 장난감, 공중 촬영 뿐 아니라 농업, 물류운송, 재난재해 감시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2019년 9월 14일 새벽, 드론이 날아와
지난 14일(현지 시간) 새벽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생산 시설 두 곳이 드론 10여 대의 공격에 피폭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세계 최대 원유수출국 중 하나인 사우디
아라비아의 핵심 원유 생산 시설 일부가 가동을 잠정 중단하면서 하루 평균 570만 배럴의 원유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다. 570만 배럴은 사우디가 생산하는 하루 산유량의 절반이자 전 세계 산유량 약 5%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번 폭격으로 하루 만에 국제유가가 평균 19% 급등하며 전 세계 금융시장을 놀라게 했다.
공격 배후로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이 지목됐다.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와 갈등을 겪고 있는 후티 반군은 그동안 수차례 사우디 공항 및 석유 생산 시설을 노려왔지만 이번처럼 큰 피해를 입힌 것은 처음이다. 드론이 국가 핵심시설을 공격한 첫 사례로 등장한 셈이다.
"영화에서만 나오는 얘긴 줄 알았는데..."
100년보다 더 오래된 드론 공격의 역사
1917년부터 2019년 현재까지의 드론 공격 총정리
1792년
# 드론 무기 이전에는 열기구가 있었다
조종사가 타지 않고 적진으로 나아가 무기를 떨어뜨리는 초기 비행체 형태는 바로 열기구였다. 열기구를 발명한 프랑스인 조셉 몽골피어는 1792년 열기구를 이용해 영국군 배에 무기를 떨어뜨리는 계획을 최초로 제안했다. 이후에도 덴마크, 영국 등에서 열기구 폭탄 시도가 있었지만 현실성이 없어 좌초됐다.
1849년에 처음으로 오스트리아 제국군이 200개의 열기구에 14kg의 폭탄을 달아 베니스에 투하했다. 그러나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바람에 단 한 개의 폭탄만 도시에 명중했고 나머지는 엉뚱한 곳에 떨어졌다. 1860년대 미국 남북전쟁 때 정찰과 포격을 위해 열기구가 사용됐다는 기록이 있다. 열기구는 땅에서 1,000피트(약 300m) 상공까지 올라갈 수 있어 당시에는 격추가 불가능했다.
1917년
# 전장을 누빈 세계 최초의 드론 무기
미 육군의 ‘항공타겟프로젝트(Aerial Target Project)’를 통해 1917년 개발된 스페리 에어리얼 토페도(Sperry Aerial Torpedo)가 드론 무기의 첫 사례로 꼽힌다. 당시 100kg가 넘는 폭탄을 실어나르는 임무를 수행했다. 1차 세계대전에서 처음 사용된 공수 어뢰로, 당시에는 무인기가 폭탄을 싣고 목표물에 떨어지면 기능을 다하는 1회용 기체 형태였다.
이후 조금씩 진보한 개념의 드론 무기가 줄줄이 등장하게 됐다. 1930년대 초반 영국이 개발한 퀸비(queen bee, DH-82)는 세계 최초로 왕복 사용이 가능한 재사용 드론 무기였다. 당시 400대 넘게 생산됐다는 기록이 있다.
1939년
# 드론 무기 대량양산시대 개막
2차 세계대전에서는 본격적으로 드론 무기가 전장을 누비기 시작했다. 최초의 대량 생산 드론 무기는 미국이 1939년 개발한 라디오 플레인(Radioplane OQ-2)으로, 1만5,000여대나 양산됐다.
재미있는 사실은 1944년 라디오 플레인 생산 공장에서 한 소녀가 드론에 페인트칠을 하는 모습이 한 사진작가의 카메라에 의해 포착, 잡지에 실리면서 스타로 발돋움했다는 것이다. 바로 세계적인 여배우 마릴린 먼로였다. 같은 해 독일 나치가 만든 전투용 드론 V-1은 영국을 공격해 900여명의 사망자와 3만5,000여 명의 부상자를 내기도 했다.
1973년
# 적진에 침투해 낱낱이 촬영…드론 정찰기 등장
1970년대는 트랜지스터, 집적 회로,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다양한 전가 기기들이 등장한 전자 혁명기였다. 이때 이스라엘은 미국의 ‘AQA-34 Ryan firebee’를 비밀리에 들여와 사냥개라는 이름을 붙인 새로운 형태의 드론 ‘마스티프(Mastiff)’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오랜 비행 능력을 바탕으로 목표 대상 지역을 고해상도 영상으로 촬영해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기능을 갖춘 현대적 의미의 드론 정찰기였다. 1973년 이스라엘군은 아랍과의 욤 키푸르 전쟁 등에서 마스티프 무인기를 투입, 인적 피해를 줄이는 데 큰 효과를 봤다. 1982년 레바논 1차 전쟁 때는 ‘스카우트’를 투입, 레바논을 돕던 시리아 군의 레이더와 미사일 기지를 파괴해 승리로 이끌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드론 개발 기술은 오늘날까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통한다.
1989년
# 더 멀리, 더 높게…드론 기술 고도화
1990년대 초만 해도 무인기들은 단 몇 시간밖에 비행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이민자 출신 에이브러햄 카렌이 자신의 차고에서 개발한 드론 ‘Gnat-750’은 50시간 이상 연속 비행이 가능해 미 국방부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1994년 말, ‘Gnat-750’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드론이 출현하게 되는데 바로 프레데터(RQ-1 Predator)다. 1세대 프레데터는 정찰용 카메라만 달고 있었지만 2011년 9.11테러 이후에는 대전차 미사일인 헬파이어를 장착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실전 배치되기도 했다.
2001.09.11
# 9.11 테러로 촉발된 ‘킬러 드론’의 등장
아프가니스탄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저지른 9.11 테러 이후 미 국방부는 오사마 빈 라덴 등 주요 테러 용의자를 대상으로 한 ‘살상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드론을 이용한 테러 용의자 공격이 본격화한 시기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원격으로 테러 용의자를 오랫동안 관찰하고 또 공격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일반 민간인 피해자도 다수 발생했다는 점이다. 미군은 2012년 1월과 2013년 2월 사이 아프가니스탄 북부 지역에서 드론 공격을 단행해 200명 이상이 사망했는데, 테러 용의자를 향한 정밀 타격은 18%에 불과했고 80%가 넘는 사망자 대부분은 민간인 희생자로 드러났다. 2004년 이후 드론 공격으로 살해당한 일반인 수는 957명이며 심지어 어린이 200명도 포함되어 있다는 보고도 있고, 오바마 전 대통령도 임기 중 1,000번에 달하는 암살 작전을 승인해 이 공격들로 3,000명 정도가 사망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2015.04.22
# 드론의 대중화…테러 위협 가중(1)
2010년대 들어 일반인들도 쉽게 활용 가능한 소형 드론이 대거 등장하면서 이를 활용한 테러 위협이 급증했다. 2015년 일본에서 한 반핵운동가는 후쿠시마 원전 재가동 정책에 항의하는 의미로 방사능 경고 마크가 붙은 통에 원전 근처 모래를 넣어 드론을 통해 일본 총리관저 옥상으로 날려보내 일본이 발칵 뒤집어졌다. 이후 일본정부는 경시청에 무인항공기대처부대를 창설하고 국가 주요 시설에 비행제한 구역을 설정하고 나섰다.
2018년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도 원자력발전소 같은 주요 시설이 얼마나 드론 공격에 취약한지를 입증하는 실험을 해 화제가 됐다. 활동가들은 프랑스의 한 원자력발전소 안으로 ‘슈퍼맨’ 모양의 드론을 날렸다. 원전 부지로 진입한 드론은 곧바로 폐연료 저장고를 들이받았다. 이 과정에서 어떠한 제지도 받지 않았다. 실험이 아니라 심각한 공격이었다면 큰 사고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2014.03.24
# 한국도 드론 공격에 안전하지 않다
2014년 한국이 발칵 뒤집어지는 사건이 있었다. 북한제 소형 무인기 추락 사고가 연이어 일어났기 때문이다. 2014년 3월에는 파주시와 백령도에서, 같은 해 4월에는 강원도 삼척, 그해 9월에는 백령도 서쪽 해안가에 드론이 추락된 채 발견됐다. 당시 청와대 상공 300m에서 찍은 사진이 나와 논란이 됐다. 또 2017년 6월에도 강원도 인제군에서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무인기가 발견됐다. 당시에는 성주 사드 기지를 촬영한 사진이 드러났다. 당장 올해에도 1급 국가보안시설인 전남 영광 한빛원전 상공에 정체 불명의 드론이 20분이나 비행한 사실이 있다. 2015년 12월 이후 원전 상공에 드론이 13번 나타났지만, 7번은 누가 어디서 날렸는지도 확인하지 못했다.
2016.10.22
# 드론의 대중화…테러 위협 가중(2)
이슬람 수니파 무장 조직 ‘이슬람국가(IS)’는 2016년부터 취미용 소형 드론을 수류탄 투척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IS는 2016년 10월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에서 구입한 초소형 드론으로 시리아에서 이란인 2명을 살해했다. 이는 상업용 드론을 활용한 테러 첫 사례로 기록됐다.
2018년 말 영국에서는 드론 2대가 런던 개트윅공항 활주로 상공에 50여 차례 나타나 760편의 항공기 이착륙이 전면 중단되고 승객 12만 명이 공항에 발이 묶이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공항 운영에 혼란을 주기 위한 의도적인 행위로 보고 있지만 증거 확보나 범인 검거에는 실패했다”고 밝혔다. 영국에서는 드론이 항공기 운항에 큰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 당시 영국항공조종사협회에 따르면 드론이 항공기 운항에 지장을 준 사례가 2017년 93건, 2018년 117건으로 급증하고 있다고 조사한 바 있다.
2019.09.14
# 드론 무기 이용한 국가 핵심시설 첫 피폭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최대 석유시설과 유전이 예멘 반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을 멈췄다. 사우디 경제의 근간인 석유시설을 노린 이번 공격으로 전 세계 산유량의 5%에 해당하는 하루 570만배럴 규모의 원유 생산에 차질을 빚게 돼 국제유가가 요동쳤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사우디아라비아 공격은 드론 여러 대가 방공망을 뚫고 장거리를 날아와 공습을 단행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공격에 사용된 드론이 1,000㎞ 이상을 비행해 목표물을 타격했을 것이라는 분석 역시 충격적이다. 떼를 지어 날아온 드론이 동시에 목표물을 정밀타격한 기술도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왔다.
2019.09.17
# 한국 방위사업청, 레이저 대공무기체계 개발사업 착수 발표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ADD)는 국내 안보 전략 핵심시설을 노리는 드론을 레이저로 정밀 타격해 추락시킬 수 있는 신개념 레이저 대공무기체계 개발에 착수한다고 17일 발표했다. 광섬유에서 생성된 광원 레이저 빔을 표적에 직접 쏘는 형태인 레이저 대공무기는 수 킬로미터 근거리에서 소형 드론 무인기와 멀티콥터 등을 정밀타격해 떨어뜨린다. 현재 레이저 빔을 겨냥해서 비추는 단계(조사·照射) 수준의 핵심 기술은 확보한 단계로 알려졌다. 방위사업청은 올해부터 약 880억원을 투자해 2023년까지 전력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방사청은 ‘진화적 개발 전략 개념’을 도입해 향후 전투기 및 위성까지 요격할 수 있도록 성능을 지속 향상해 나갈 예정이다. 때문에 ‘한국형 스타워즈’ 사업으로 불린다.
100년보다 더 오래된 드론 공격의 역사
강신우 기자 | seen@sedaily.com